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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수필공원-멋진 어른이 되는 방법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06.06 22:24 수정 2024.06.06 22:24


ⓒ 김천신문
김영호 / 화양연화 대표 / 전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교장
2023년 8월 31일에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제15대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퇴임식은 8월 25일 금요일에 했다. 퇴임식에서 박동채 선생님이 ‘멋진 어른이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송별사를 했다. 박동채 선생님은 대구교동초등학교에서 1년 6개월, 교대부초 2년 6개월, 모두 4년을 함께 근무했다. 내용은 대구남부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장에서 교동초 교장으로 발령을 받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교동초와 교대부초에서 있었던 사실(事實)과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박동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의 사랑을 다한다. 수업을 보면 저절로 빨려들어 가는 마법 같은 수업을 한다. 말도 아주 조리가 있다. 다음은 박동채 선생님의 송별사이다.

교장 선생님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된 멋진 어른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의 손과 발은 언제나 바삐 움직입니다. 가장 이른 시각 학교에 도착하시어 교실에 불을 밝히고 온기를 넣으며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매번 신발을 잃어버린 채 맨발로 교통지도에 나서고 모래 놀이터의 모래를 손수 고릅니다. 당신의 입은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더 즐기며 생각을 고르고 골라 생각을 전합니다. 누군가를 타박하는 말보다는 무심한 듯 건네는 위로의 말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더 많이 합니다. 당신의 눈은 진실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추고 후배들에게 따뜻하게 눈을 맞추면서 진심을 전합니다. 당신의 진심이 담긴 눈과 휘어지는 눈매를 보며 따뜻한 진짜 속내를 읽습니다. 당신은 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흔들리고 불확실한 순간에 당신에게 답을 구하면 자신만의 답을 찾으라 조언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더욱 성장함을 느끼게 합니다. 타인에게 구한 답은 나에게 정답이 될 수 없음을 또 한 번 배웁니다. 아마 당신과 같이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내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때로는 당신과 함께 즐기고 당신의 그늘에서 웃고 쉬었습니다. 소년이 떠나가도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처럼, 당신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을 알기에 헤어짐의 아쉬움을 애써 참아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루터기로 찾아갈 때마다 더욱 성장해 있을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당신 덕분에 만난 이 자리의 인연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일머슴, 키다리 아저씨, 우리의 수업친구. 수많은 말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어떤 말로도 당신을 온전히 담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앞으로 당신에게 붙여질 또 다른 말들과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김영호 교장 선생님,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선에 선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화양연화가 가시는 걸음마다 펼쳐지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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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른의 뜻을 다음의 5가지로 설명한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결혼을 한 사람. 한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멋지다는 보기에 썩 좋다. 썩 훌륭하다의 뜻이다.
박동채 선생님의 송별사를 다시 읽으면서 멋진 어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멋진 어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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