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닿은 사람에게 사주를 추명하다 보면 제 나름대로 그 사람들의 격을 살펴봅니다. 최하격은 노력보다는 재물 운세에만 급급한 사람입니다. 중격은 언제 승진하겠습니까 하고 연줄을 잘 잡아 높은 자리에 오를 생각만 하는 사람입니다. 상격은 사회구성원의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느냐고 묻는 사람입니다. 현대사회는 대개의 사람이 재물을 탐하며, 갈구하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남보다 더 호사를 누리며 살겠다는 것과 통하기도 합니다. 옛 속담에 웃음이 담장을 넘으면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남의 괴로움을 살피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면 저주스러운 기운으로 인해 험한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입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사회까지 근 300년 동안 부를 구축해 오면서도 남에게 존경심을 받으며 살아온 경주 최부자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신라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최치원이 시조인 경주 최씨 가문이며 조선 중기부터 12대에 걸쳐 300년 동안이나 만석꾼의 부를 수성해 왔습니다. 만석꾼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가히 재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자가 세인의 존경을 받으며 어떤 환란에도 험한 꼴을 피해 온 것은 참 드문 일이지만 최부잣집은 집안을 다스리는 육훈(六訓)과 스스로 몸을 닦는 수신의 가훈 육연(六然)에 철저했기 때문입니다.
최부잣집의 여섯 가지 가훈을 한번 살펴봅시다. 첫째, 과거는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이는 오늘의 시각으로 보면 권력을 탐하여 당쟁에 휘말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이는 필요 이상의 재물은 탐하지 말라 하며 인간의 욕망을 스스로 통제하라는 것입니다. 셋째, 과객은 귀하고 천함을 구분 말고 후한 대접을 하라입니다. 이는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말고 인색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가난한 과객의 자존심을 생각해 주인의 눈에 띄지 않는 뒤꼍에다 쌀 뒤주를 두고 조금씩 가져가게 만들어 놓기도 하였습니다. 넷째, 흉년에 땅 사지 말고 파장에는 물건 사지 말라. 이는 남의 피눈물 나는 재산을 갈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이는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며 남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라입니다. 여섯째,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 없게 하라. 이는 나만 잘 살라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며, 오늘날로 말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제각기 태어날 때부터 크고 작은 그릇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냐가 또한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명가(名家)라고 불리는 집안은 벼슬의 높낮이보다는 자식 교육을 바르게 시키며 재물은 어떻게 지켜나가며, 이웃의 불행과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깨우치게 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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