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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이민영 두 번째 육필시집 ‘달’

권숙월 기자 입력 2014.10.22 16:04 수정 2014.10.22 04:04

“지난번에는 200부를 찍었더니 딱 알맞았는데
이번에도 200부면 남지 않을까 걱정”

 
ⓒ i김천신문
김천 출신으로 춘천에 거주하며 꾸준히 시를 써온 영산(影山) 이민영 시인의 육필시집 ‘달’(은광출판사)이 발간됐다. 

 내 고향 지례 상좌원/ 백여 대촌// 망덕걸에서 쇠줏골/ 어귀에 들어서면// 평밭댁 지나 용동댁 황간댁 상주댁/ 배밋댁 달랫댁 대밭머리/ 살구나무 밑을 지나/ 우편엔 낭곡댁 좌편엔 새시깃댁 그 사이로// 덩실하게 높은 사칸 두줄배기/ 돌층계 딛고 오르는/ 우리집 있었네(1) 

 아침솥의 밥/ 딸딸 끍어 퍼도/ 한 그릇이 모자라// 바가지에 한테 담아/ 마주 앉은 밥상// 누야 한번 나 한번/ 서로 얼굴 쳐다보다가// 누야는 숟갈 놓고 부엌으로 가/ 빈 솥에 물 붓고 우둑우둑/ 주걱질하며 질금질금 울었지(2) 

 누야도 시집 가고/ 어매하고 나하고// 어매 나가시면/ 집엔 나혼자// 내가 서당가면 집엔 어매 혼자// 어서커라 어서 커라/ 세월아 세월아/ 남 한번 갈 때/ 우리집엔 두 번 세 번 가거라// 내가 컸을 때는 어매는 백발(3) 

 이민영 육필시집 ‘달’에 수록된 ‘고향 옛집’(1) ‘밥 한덩이’(2) ‘어매의 웃음’(3) 일부분이다. 

 1928년 구성면 상좌원에서 태어나 1959년 ‘사상계’에 ‘알’을 발표(유치환 추천)하며 문단활동을 시작해 오늘에 이른 이민영 시인의 ‘연어는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에 이은 두 번째 육필시집 ‘달’에는 ‘그리움은 두둥실’, ‘정지된 시간’, ‘외갓집’, ‘갔구나’ 등 75편의 시가 4부로 나눠 편집됐다. 

 “원고를 넘기기까지 나로서는 망설임이 없지 않았으나 이렇게라도 내가 살아 있음을 친지와 문우에게 알리는 것도 도리의 하나라는 생각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두 번째 육필시집을 상재하기에 이르렀다.
 작품의 수준이사 나의 역량 탓이니 어찌할까마는 그동안 나의 내면에 점철되었던 정회(情懷)들을 이나마 풀고 나니 후련한 느낌이다. 이제는 눈도 침침하고 의욕도 떨어진 채 인생의 마무리를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번에는 200부를 찍었더니 딱 알맞았는데 이번에도 200부면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동안 떠난 분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육필시집 ‘달’의 ‘엮고 나서’ 일부분이다. 

 무술인으로도 활동해온 이민영 시인은 두 권의 육필시집 외에도 ‘잃어버린 체온(體溫)’, ‘바람으로 왔다가’, ‘해와 달 사이’ 등 세 권의 시집과 산문집 ‘나는 거기로 떠나고 싶다’가 있으며 ‘무술이 지닌 건강비결’, ‘동양 비전의 자력건강 장수법’, ‘뜸의 세계’ 등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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