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과 R&B, 그리고 펑크(Funk)는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 형제 같은 음악이다. 그 음악이 가진 여러 가지 특성들 중에서 어느 것을 강조 하는가에 따라 때론 소울로 때론 R&B로, 혹은 펑크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소울과 R&B는 음악적 형식면에서는 사실상 같은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소울이라 하면 그 음악이 가진 메시지가 흑인의 저항과 인권 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면에서 R&B와는 다소 차별화되는 느낌을 갖는다. 소울이라는 용어 자체가 흑인의 영혼을 뜻하는 단어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70년대에 소울 음악이 전성기를 이루었던 반면에 말랑말랑한 팝 음악이 주류로 등장하는 1980년대를 넘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흑인 음악을 부르는 이름이 소울보다는 오히려 R&B 쪽으로 넘어갔던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자 이제 소울 이야기를 하자. ‘소울의 여왕’은 누구였을까? 바로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다. ‘소울의 여왕’, ‘소울의 대부’ 로 불린 그의 별명은 ‘미스터 다이너마이트’였다. 그의 무대가 언제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듯 강력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빈민가의 뒷골목에서 힘겹게 자라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아픈 기억은 그를 격정과 분노로 무장하게 했고 그가 소울 뮤지션이 되었을 때 이것은 가공할 만한 폭발력으로 대중들을 휘어잡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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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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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0월 24일, 제임스 브라운은 뉴욕 할렘가에 있는 아폴로 극장 무대에 섰다. 이날의 공연이 언제나 폭발적인 무대 매너로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제임스 브라운의 수많은 공연 중에서도 그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난 명연으로 꼽힌다. 이날 무대에 오른 제임스 브라운은 때론 격정적으로 휘몰아치고 때론 저 깊은 마음속 심금을 울리는 조용한 외침으로 관중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었다. 관중들은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 동작 하나하나에 울고 웃었다. 이 공연의 실황을 담은 앨범이 바로 실황 앨범의 대표적인 걸작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Live At The Appolo⌟다. 소울 앨범으로는 사상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2위까지 오르는 히트를 기록했고 역시 소울 앨범으로는 최초로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던 기념비적 앨범이다.
1962년 10월 24일, 아폴로 극장 무대에서 제임스 브라운은 왜 자신이 ‘소울의 대부’ 이고 왜 자신이 ‘미스터 다이너마이트’ 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